새로운 도약을 위한 마르텐의 변신
마르텐(Marten) 3형제 인터뷰

약 10여 년 전에 나는 스웨덴의 예테보리라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스웨디쉬 스테이트먼트(Swedish Statement)라고 해서, 예테보리에 근거를 둔 몇몇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들이 연합을 해서 일종의 출사표를 낸 것이다. 이때 핵심 멤버가 마르텐이고, 여기에 요르마, 블라델리우스 등이 가세했다.

이후 나는 여러 오디오 쇼에서 마르텐을 만났고,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성장을 목격했다. 단, 함께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눴지만, 본격적인 인터뷰는 최근에 와서야 이뤄졌다. 하긴 그 사이 수입선의 교체라던가 코비드 사태 등 여러 변화가 이뤄지는 바람에 차분히 마르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던 것도 사실. 이번에 만나 요 10여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고,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마르텐 3형제. 왼쪽부터 레이프(Lief), 요르겐(Jprgen), 라스(Lars)
마르텐 3형제. 왼쪽부터 요르겐(Jörgen Olofsson), 레이프(Leif Olofsson), 라스(Lars Olofsson)

이번 인터뷰에는 마르텐 3형제가 모두 참석했다. 수석 디자이너 레이프(Lief)를 비롯, 맏형이자 CEO인 요르겐(Jörgen), 막내이면서 디자이너인 라스(Lars) 등과 자리를 함께 했는데, 편의상 레이프의 영문 약자 LM으로 표기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

인터뷰어 : 이 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마르텐(Marten)

- 정말 반갑습니다. 한국에서는 참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습니다.

LM : 무려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 제가 10여 년 전에 마르텐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 사이 변화가 있었는지요?

LM : 당시 저희의 규모는 작았습니다. 총인원이 10명이나 되었을까요? 시내에 전시장을 뒀고, 외곽에 작은 공장을 둔 상태로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6-7년 전에 700 평방 미터 정도의 공장을 확보했습니다. 천장이 높아서 우리와 같은 업체에겐 매우 적합한 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공장뿐 아니라, 쇼룸, 오피스 등을 모두 포함시켰습니다. 현재는 프로덕션에 10~15명 정도가 그때그때 주문량에 따라 일하고, 전체 인원은 25명 정도가 됩니다.

- 하이엔드 회사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합니다. 그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

LM : 특히 한국에서 좋은 반응이 있었던 바, 이에 힘입어 큰 성장을 했다고 봅니다.

- R&D 쪽은 어떤가요?

LM : 저 혼자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제품을 구상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각종 드라이버와 부품을 체크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뭔가 영감이 떠오르면 신제품 개발을 시작하죠.

- 3형제가 한 분야에서 함께 일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특히, 오디오 쪽은 그렇죠.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LM : 일단 저희 가족이 모두 음악을 좋아합니다. 음악의 DNA가 흐른다고나 할까요? 우선 조부께서는 바이올린 제작을 하셨고, 부친은 성악 쪽에서 프로로 일한 바가 있습니다. 모친은 피아노를 연주했고요.

- 그렇군요.

LM : 저희 부친은 참 유별난 분이셨습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려고 했으니까요. 일종의 발명가라고나 할까요? 우리 삼 형제 중에 제가 그 유전자를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10~12살 무렵, 스스로 오디오를 만들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점을 저희 가족이 높이 평가해서, 제가 하는 일을 가족 전체가 전적으로 서포트하기로 했답니다.

- 흥미롭군요. 그럼 오디오 쪽은 어떤가요? 주로 아버지나 형의 영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LM : 제가 오디오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일단 먼저 사고 맙니다. 그러다 싫증이 나면 형에게 줬죠. 일반 가정에 비교할 때 정반대의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처음에 산 스피커는 캐나다 제품이었는데, 무려 15인치짜리 우퍼를 장착하고 있었죠. 작은방에서 씨름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다양한 스피커를 접하면서, 점차 이쪽 분야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 마르텐은 초기부터 아큐톤 유닛을 장착한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LM : 아큐톤의 세라믹 드라이버를 만난 것이 1992년 무렵이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아큐톤은 오로지 트위터만 만든 상태였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드라이버를 붙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참 실망도 많이 하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아큐톤에서 1994년에 세라믹으로 된 미드레인지를 발표하면서 점차 라인업이 갖춰지기 시작했죠.

- 풀 세라믹 시스템이 완성된 순간 마르텐이 데뷔한 것이군요?

LM : 맞습니다. 1998년 밍거스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데뷔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엌에서 조립하는 정도였고, 회계라던가 부품 구매 등 모든 것을 저 혼자 담당했습니다. 이때 가끔 형이 도와줬죠. 그러다 비즈니스가 본격화되고, 마르텐이 하나의 메이커로 자리 잡으면서, 형도 2004년부터 완전히 마르텐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오로지 제품 개발과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 이럴 때 참 형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되는군요. 부럽습니다. 그런데 왜 아큐톤 드라이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LM : 제가 다양한 스피커들을 섭렵하면서, 일렉트로스태틱형 타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리본을 쓴 제품은 투명하면서, 해상도가 뛰어났거든요. 그러나 다이내믹스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었죠. 그러다 아큐톤을 만나면서 리본의 장점에다 다이내믹스를 더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직접 만들어보니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큐톤을 쭉 사용하고 있습니다.

- 마르텐 스피커를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것이 요르마 케이블입니다. 특별히 상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LM : 사실 스피커 배선재라던가 매칭 문제로 저도 많은 케이블을 섭렵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경에 요르마씨를 알게 되어 처음으로 그가 만든 케이블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든 케이블은 각각 개성이 다릅니다. 어떤 것은 너무 밝고, 어떤 것은 너무 어둡죠. 저는 중립적인 케이블을 좋아합니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현재 마르텐 산하에 요르마 케이블이 있던데요?

LM : 맞습니다. 실은 요르마씨가 7년 전에 타계했습니다. 그 직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상태가 아니어서, 제게 넘기고 싶어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희가 아니면 또 운영할 분도 없고, 같은 지역에 소재한 회사라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습니다. 현재는 저희 본사에 통합해서 별도의 부서를 만들어 생산하고 있답니다.

- 크로스오버를 설계할 때 퍼스트 오더를 선호하더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LM :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큐톤 드라이버를 투입한 스피커를 만들면서 크로스오버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3웨이를 설계할 때 전대역이 완벽하게 시간 축을 이뤄야 합니다. 세컨드 오더로 설계할 경우 특정 대역에서 타임 딜레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100% 퍼펙트하게 처리하려면 퍼스트 오더가 유리합니다. 단, 모든 드라이버는 실측해 보면 완벽하지 않습니다. 크로스오버에서 처리할 부분이 꽤 됩니다. 공진이라던가, 시간축 문제, 위상, 임피던스, 주파수 대역 등 많은 부분을 크로스오버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통상 퍼스트 오더로 설계할 때 4- 7개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우리의 경우 60~70개 정도가 들어갑니다.

- 퍼스트 오더로 그 많은 부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새롭습니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당연히 부품도 고급스러운 내용을 갖추고 있죠?

LM : 그때그때 필요한 부품을 넣는데, 기본적으로 하이엔드급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문도르프, 인터테크닉, 듀런트 등의 부품을 믹싱하고 있죠.

- 크로스오버에서 그 많은 요소를 어떻게 연산하죠?

LM : 당연히 드라이버 그 자체를 다양하게 계측한 다음, 그 자료를 갖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에 넣어서 연산을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죠.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한 후, 프로토타입을 만들면, 숱한 시간을 들여서 리스닝 테스트를 합니다. 저희 형제나 직원들뿐 아니라, 외부의 오디오파일도 와서 듣습니다. 수많은 의견을 참조해서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서 최종 제품을 만드는 것이죠. 설계 반, 테스트 반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 캐비닛은 직접 제조합니까?

LM : 다행히 우리나라는 디자인 강국입니다. 책상, 소파, 침대 등 다양한 가구를 만드는 회사가 많고, 목공예 장인도 많습니다. 그래서 따로 OEM을 줍니다. 저희 회사 부근에 있는 전문 제조사 3곳에 나눠서 의뢰하고 있습니다. 래커 칠까지 다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조립하고 나서 폴링싱 및 마무리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 마르텐의 시청실에 어떤 앰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LM : MSB, CH 프리시전, 엥스트롬, 오디야 플라이트, 블라델리우스 등 다양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솔리드 스테이트, 튜브 등 가리지 않습니다.

- 처음 런칭한 제품이 밍거스죠?

LM :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이고, 저희 이름처럼 “M”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후 몽크, 마일스 등 M으로 시작하는 뮤지션의 이름을 저희 모델에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M이 다 떨어져서 콜트레인을 도입한 것이죠.(웃음)

- 그렇다면 마르텐은 재즈에 특화되어 있나요?

LM : 아닙니다. 비록 재즈 뮤지션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저희 제품은 재즈뿐 아니라 클래식, 팝, 록 등 다양한 음악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어릴 적엔 록 일변도로 들었지만, 지금은 블루스, 클래식, 컨츄리, 테크노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기고 있습니다.

- 코비드라는 난국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LM : 우리나라는 코비드 시절에 록다운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신 코비드 이전처럼 사회가 어느 정도 돌아갔습니다. 너무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게끔 조정해서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했죠. 또 우리에게 행운이었던 것은, 코비드 사태 이전에 많은 부품을 미리 대량으로 구해놨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생산에 차질이 없이 계속 주문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기간에 우리 회사의 규모가 두 배로 커졌고, 코비드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 현재 어떤 라인업의 제품들을 런칭하고 있고, 그 각각의 특징이 뭔지 이번 기회에 설명해 주시죠.

마르텐 콜트레인(Coltrane) 시리즈. 왼쪽부터 슈프림(Supreme) 2, 모멘토(Momento) 2, 콜트레인 3, 테너(Tenor) 2 스피커
마르텐 콜트레인(Coltrane) 시리즈. 왼쪽부터 슈프림(Supreme) 2, 모멘토(Momento) 2, 콜트레인 3, 테너(Tenor) 2 스피커
마르텐 밍거스(Mingus) 시리즈. 왼쪽부터 오케스트라(Orchestra), 셉텟(Septet), 퀸텟(Quintet) 2 스피커
마르텐 밍거스(Mingus) 시리즈. 왼쪽부터 오케스트라(Orchestra), 셉텟(Septet), 퀸텟(Quintet) 2 스피커
마르텐 파커(Parker) 시리즈. 왼쪽부터 퀸텟(Quintet), 트리오(Trio), 듀오(Duo) 스피커
마르텐 파커(Parker) 시리즈. 왼쪽부터 퀸텟(Quintet), 트리오(Trio), 듀오(Duo) 스피커
마르텐 오스카(Oscar) 시리즈. 왼쪽부터 트리오(Trio), 듀오(Duo) 스피커
마르텐 오스카(Oscar) 시리즈. 왼쪽부터 트리오(Trio), 듀오(Duo) 스피커

LM : 일단 맨 상위에 콜트레인(Coltrane) 시리즈가 있습니다. 캐비닛부터 케이블, 부품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레벨을 투입했습니다. 그 밑의 밍거스(Mingus) 시리즈는 콜트레인 시리즈에 근접한 수준을 갖추면서 코스트 다운을 시도했죠. 카본 파이버를 쓰지 않고, 크로스오버에 들어가는 부품의 레벨도 약간 낮췄습니다. 한편 파커(Parker) 시리즈는 퍼스트 오더를 사용하지 않고, 캐비닛의 단가도 낮췄지만, 전체적으로 하이엔드 클래스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스카 시리즈는 일종의 엔트리 클래스에 속합니다. 세라믹 드라이버와 우수한 부품을 투입하는 등 기본은 착실히 지키되 코스트가 높지 않도록 다듬었죠. 가성비가 무척 좋은 시리즈입니다.

- 최근에 밍거스 셉텟(Septet)이 런칭되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기존 제품들과 차별점이 있던데요?

마르텐 밍거스 셉텟(Septet) 스피커
마르텐 밍거스 셉텟(Septet) 스피커

LM : 여러 면에서 기존 제품과 다르죠. 일단 드라이버가 무려 7개나 동원되었습니다. 앞에 5개, 뒤에 2개, 총 7개입니다. 그래서 셉텟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죠.

- 그렇군요. 상단에 있는 두 개의 유닛은 뭔가요?

LM : 맨 위의 드라이버는 다이아몬드이고, 그 밑에 있는 것이 미드 하이를 처리하는 베릴륨 돔입니다. 3인치짜리죠.

- 마르텐에서 베릴륨을 사용했다는 것은 빅뉴스입니다. 그렇다면 아큐톤 드라이버의 사용을 줄일 계획인가요?

LM : 여전히 저희는 아큐톤의 가장 큰 고객입니다. 전체 생산량의 40% 정도를 저희가 소화하고 있죠. 단, 일종의 특주품으로 받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것과 좀 다릅니다. 그러는 한편, 이번 셉텟처럼 다양한 시도를 할 생각입니다.

- 그 밑에 있는 것이 미드와 우퍼가 아닌가요?

LM : 맞습니다. 7인치 세라믹 미드레인지에 8인치 알루미늄 콘 우퍼가 두 발 장착되어 있고, 스피커 후면에 10인치짜리 알루미늄 소재의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2발 들어갑니다. 포트를 내지 않고, 이 라디에이터가 저역을 컨트롤하는 것이죠. 그 결과 23Hz까지 플랫하게 내려갑니다.

- 아직 밍거스 셉텟을 듣지 못했지만, 여러모로 관심이 갑니다. 향후에 꼭 기회를 갖고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LM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