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동반자가 되어버린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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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장전축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볼거리 들을거리 넘쳐나 영화, 음악이 소비되는 시대인 오늘날과 달리 혼자 소일할 것이 귀했던 시절, 이름도 브랜드도 모르고 음악에 빠져들게 했던 독수리표 전축과 스피커의 브랜드들은 아카이, 산수이, 마란츠 등에 AR, 알택, 클립쉬, 로저스, 하베스, 다이나코드, 이름모를 일제 스피커들까지...

흐릿한 기억속에 남아 있는 기기들이 들려주던 풍요로움 가득한 뇌리에 각인된 음악이 자연스레 전자 공학도의 길로 이끌어 주었다고 말씀 하시는 모 회원님의 리스닝 공간을 찾았다.

하 : 반갑습니다, 하이파이클럽 회원 여러분께 인사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S : 안녕하세요, 음악을 오랜동안 즐기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 입니다.

하 : 오디오 생활 하신지 오래 되신 듯 합니다, 소개 좀 부탁 드리죠.

S : 60년대 말 70년대 초,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문화적 욕구를 충족 시켜줄 만한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이었죠. 라디오 한대에 사람들이 모이던 시절 이었으니까요. 마음의 평안을 얻기 어려웠던 시절 어슴푸레 들려오는 단파 라디오의 잡음섞인 음은 추억으로 미화되어서인지 천상의 소리인 듯 아련히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삼았던 것은 필연 이었었던 듯 합니다. 지금이야 인터넷 검색으로 못건지는 것이 없지만 회로도는 커녕 납땜 기구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 자작 진공관 앰프로 오디오 세계에 문을 두드렸었네요. 졸업 후 모기업에 근무하며 월급보다 비싼 기기들을 쌈지돈 비벼가며 하나씩 들일 때의 즐거움은 잊지 못합니다.

그후 직장에서도 자리잡고 자금 사정이 비교적 넉넉해질 무렵 정말 많은 기기들이 들락 거렸죠. AR, 알택, 웨스턴, 로저스, 셀레스천, 하베스, 탄노이, 다이나톤, 피셔, 럭스만, 뮤지컬 피델리티, 텐드버그, 퀵 실버, 비엔나 어쿠스틱...그만그만한 가격대의 제품은 거의 다 접했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에 편중하게 되어 장르를 가리게 되고 소리에 주관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변덕이라 해야하나, 편력이라 해야 하나... 진공관 앰프-> TR 앰프-> 진공관 앰프-> TR 앰프의 무한 반복 이었던 듯 합니다.

매킨토시, 마란츠 7 & 9, 크랠, 패스, 버메스터, mbl, 어큐페이즈, 캐리, 제프, 피셔, 맨리, 유니슨 리서치, 자디스, ATC 액티브, 기타등등...

따지고 보니 비교적 오랜 시간 곁에 둔 시스템은 독일 근무 시절의 린 사라 스피커와 naim 프리,파워 였습니다. 그룬딕, 매킨토시, 마크레빈슨, 스레숄드, 마틴로건... 바꿈은 계속 이었지만 해외 근무 시절에 들였던 기기들이 제일 오래동안 곁을 지켰었네요.

하 : 본인께서 편력이라 하실 정도로 다양한 기기들을 사용해 보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기기들이 있으신가요?

S : ATC 150 ASL 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니터링 적인 성향이 강해 착색이 없다고들 하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진한 두텁고 진한 음색은 '남성적이다.' 라는 진부한 표현을 넘어 남자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묘한 추억어린 회귀감이 느껴질 정도로 독특한 음색 이지요. 원래 패시브 타입을 쓰다가 앰프를 좀 타는 특성 상, 저역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것 저것 붙였다가 샵에서 우연히 듣게된 튼실한 저역에 혹해 들였었던 걸로 기억 됩니다. 다시 진공관 바람이 불어 바꾸긴 했지만요,하하...

오랜 기간 다양한 기기들을 접해 보고 드는 생각은 오디오로 완벽한 소리를 만들수는 있어도 모두를 만족 시킬 수는 없다는 것 입니다. 취향이라는게 비슷한 것 같다가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틀립니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 변하듯이 결국 본인이 만족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이겠죠.

하 : 공간이 절반 이상이라는 오디오 생활에서 공간적인 아쉬움이 많은 인테리어 구조 입니다.

S : 오디오하기 나쁜 환경인 건 너무도 잘 압니다. 실제로 열심히 할때(?)는 여러가지 다양한 노력도 봤었고요.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에 지나친 무게를 두어 스트레스를 자초 하고 싶진 않게 되는군요. 시,청각적인 안정감을 주며 정신적인 휴식을 주는 공간 이어야 하기에 창밖의 풍광도 포기 할 수 없어서 공간적인 튜닝 욕심은 아예 내려 놓았습니다. 손주 보는 재미도 있고 가족과 함께 하는 거실에서 내욕심만 채우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기도 할 것이고요.

하 : 오랜 오디오력에 동반한 소프트도 많이 소장하고 계실 듯 한데요.

S : 기기 못지 않게 음악도 좋아하여 LP도 많이 모았었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얘기지만 테크닉스 부터 린을 비롯 가라드, 토랜스, SME, 앰퍼러, 다양한 T.T을 섭렵 했었고 투자도 많이 했었습니다만 세팅치에 따라 재생음이 바뀌는 LP 시스템의 특성상 아침, 저녁으로 바뀌는 변덕 스러움에 질리기도 하고 집착하게 되는 듯하여 심적인 부담감에 LP 시스템은 90년대 초, 일찌감치 접게 되었습니다. 매그넘 튜너도 이때 처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연스레 CD 소스 쪽으로 옮겨 왔고 와디아 20 & 27을 첫 소스기기로 덜컥 들였습니다. 이후7 & 9을 거쳐 에소테릭, 마크, dcs 여러 브랜드를 거쳤는데 처음 들었던 와디아로 돌아 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네트워크 음원이라는 것이 생겨 그 편리함에 매료 되었습니다. 메리디안 MC200은 그 대안으로 들인 것이고요, 음질은 만족 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직은 단점보단 장점이 많이 보이네요. 고음질 음반 위주로 듣던 곡들만 듣게 되던 때와는 달리 쉽게 다양한 곡들을 재생하게 되니 음악적 편식을 피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한 벽장을 가득 메웠던 소프트들을 정리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 합니다.

하 : 알려 주시고 싶은 본인만의 소리 튜닝 노하우가 있다면?

S : 가장 저렴한 시스템 업그레이드 죠, 접지의 중요성은 다들 너무 잘 아시겠지만 안하신분 있으시면 꼭 해보시길 권유 합니다. 저의 경우는 다행히 일층인지라 외부 접지를 제대로 해서 다양한 노이즈 트러블 같은 전기적인 스트레스는 덜한 편입니다.

하: 가장 좋은 기기 업그레이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 하시나요, 초보회원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S : 본인이 추구하는 소리 성향을 잘 파악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결국 소리도 취향 이니까요. 어느 정도의 가격과 레벨에 올라와 있는 기기들은 다들 좋은 소리를 내어 줍니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잘 연주 해주면 족할건지 이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기 조율 해 나갈건지를 정해야 합니다. 착색 없는 소리를 좋아 하신다면 모니터링 적인 성향의 스피커와 앰프, 케이블 들이 필요 할테고 착색이 있는 소리를 좋아 한다면 기기 바꿈 보다는 다양한 케이블들과 악세서리 들이 있으니 그런 것으로 소리 바꾸는 재미를 들이시면 저렴한 수업료로 오디오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의 경우는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기기 바꿈에 있어 좋은 가격이면 너무 많은 생각을 안하는 편 입니다.

하 : 국내 몇 안되는 다인 컨시퀀스 UE 사용자가 되셨는데 스피커에 대한 인상은 어떠신가요?

다인 컨시퀀스는 기존 모델을 사용해 봤었는데 제대로 울리기만 한다면 정말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잠재력이 높은 스피커 입니다. 허나 다들 아시다 시피 울리기가 보통 까다로운 스피커가 아니어서 어쩔수 없이 바꿨던 기억이 납니다. 유행은 돌고도는 복고 라는 문화 현상 때문인지, 새롭게 탈바꿈 해 구동도 괜찮아 졌다는 이번 얼티밋 에디션에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더군요. 많은 개량으로 인해 진공관 앰프와의 상성도 좋아 하모니를 이루는 고급스런 미음 입니다만 타이트한 저역과 다이나믹 한 맛이 그리워져 다시 마음속에 TR 앰프 바람이 부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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