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완벽한 조화
Sonus Faber 파울로 테촌, 제프 포기 인터뷰

 

 

이번 인터뷰를 의뢰받고 자료를 정리하다가, 나는 깜짝 놀랄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굳이 놀랄 일이라는 표현을 쓴 데엔, 그간 수많은 메이커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탐방한 가운데, 유달리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와 연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한 건의 인터뷰도 행한 적이 없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덕분에 이번 만남은 여러모로 기대되었다.

  

사실 새천년에 들어와 놀라운 기세로 스피커 업계를 석권한 메이커 중의 하나가 바로 소너스 파베르다. 1990년대에 과르네리 오마주를 필두로,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수법을 그대로 스피커 제조한 발상은 하나의 획을 그은 바 있다.

  

이후 한층 더 진화된 기술로 무장한 더 소너스 파베르, 아이다 등 거대한 프로젝트가 연달아 발표되고, 그 밑의 기종도 차근차근 개량을 거듭했다. 과르네리로 대표되는 오마주 시리즈만 해도 이미 4세대째에 접어든 상태. 따라서 나는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이 만남을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취재 당일, 몇 건의 약속이 기다리는 가운데, 담당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쿄에서 오는 와중에 연착이 되어, 부득불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던 것이다. 여기서 나는 과감한 선택을 해야 했다. 떠날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국, 뒤에 잡힌 약속을 다 미루고, 오늘 하루는 온전히 이 인터뷰에 바치자. 그렇지 않으면 또 한동안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 결심은 충실한 인터뷰 내용으로 보상받았고, 더불어 나 자신도 보다 이 브랜드의 제품 철학과 테크놀로지에 친숙하게 되었다. 참고로 이번에 만난 분은 동사의 R&D 파트의 수석 엔지니어 파올로 테촌(Paolo Tezzon)씨와 동사를 포함한 여러 브랜드를 핸들 하는 매킨토시 그룹의 CEO 제프 포기(Jeff Poggi)씨다. 정말 별중의 별이 뜬 셈이다. 두 분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편의상 소너스 파베르의 영문 약자인 SF로 표기하겠다.

 

                                          인터뷰 어 : 이 종학(Johnny Lee)

인터뷰 이 : 파올로 테촌(Paolo Tezzon), 제프 포기(Jeff Poggi)

 

 

- 반갑습니다. 우선 테촌씨의 개인 약력부터 소개해주시죠.

 

SF : 저는 1976년 이탈리아의 파도바에서 출생했습니다. 대학 시절엔 심리학을 전공했으니, 약간 의아한 분도 있을 겁니다. 어릴 적부터 오디오에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기기를 섭렵했습니다. 하이파이 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진지하게 제품을 접하기도 했죠. 그래서 언젠가는 꼭 스피커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2004년에 연이 되어 소너스 파베르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일하고 있답니다. 

 

 

 

- 그렇다면 입사 당시 프랑코 셀브린씨가 총괄하고 있는 상태였나요?

 

SF : 네. 그와는 2년 정도 함께 일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웠습니다.

 

 

- 특별히 셀브린씨에게 배운 것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SF : 스피커를 튜닝할 때, 보이스, 즉 인간의 음성에 집중하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레퍼런스로 삼고, 그 나머지를 포괄해가는 것이죠. 이후 셀브린씨가 나가고, 제가 칩 엔지니어가 되면서 처음 만든 것이 엘립사였습니다. 이후 크레모나도 디자인했고요.

 

 

- 새롭게 소너스 파베르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모델이 “더 소너스 파베르”입니다.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 운이 좋아 제가 리뷰도 하고, 자주 들었습니다. 실은 주변의 애호가 한 분도 이 스피커를 애지중지 사용 중이라 낯설지 않습니다만, 처음 발표되었을 때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기존의 제품과는 너무나 달랐다고나 할까요?

 

 

SF : 제가 메인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우선 결심한 것은 바로 저의 욕구를 만족시키자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금 저는 작은 아파트에 삽니다. 바닥은 나무로 만들어서 출렁거리고, 공간도 협소합니다. 그런 악조건하에서 스피커가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여러 고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수년 간 연구한 것이 더 소너스 파베르로 결실을 본 것이죠. 

 

 

- 그렇군요.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잡았으므로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실은 우리가 라틴어에 문외한인지라, 이 회사에서 내놓은 모델 명중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더군요. 이번 기회에 차근차근 소개해주시죠.

 

SF : 좋습니다. 우선 소너스 파베르는 음의 공방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영어로 하면 “Sound Maker” 정도가 되겠군요. 베네레(Venere)는 그리스의 신으로, 아름다움과 유혹을 관장합니다. 한편 프린키피아(Principia)는 시작을 뜻합니다. 소네토(Sonneto)는 영어로 하면 소네트. 짧지만 음악적인 리듬을 가진 시를 뜻합니다. 

 

 

- 재미있군요. 그럼 엑스트레마(Extrema)는 어떤 뜻입니까? 영어로 “Extreme”에 해당하나요?

 

 

SF : 극한에까지 다다랐다, 뭐 이렇게 해석할 듯싶은데, 이 모델은 소개가 좀 필요합니다. 처음 발표된 것은 1990년대입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컨셉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단 북셀프답지 않게 볼륨이 크고, 솔리드 월넛과 MDF를 접한 인클로저도 신선했으며, 패시브 레디에이터를 삽입해서 저역을 과감하게 보강했습니다. 

 

 

- 그렇군요. 저도 처음 봤을 때 정말 미쳤구나 생각했는데, 그 느낌이 별로 틀리지 않았군요.

 

SF : 맞습니다. 그런데 2013년에 저희 회사 3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면서, 새롭게 개량해서 출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고안이 들어갔죠. 예를 들어, 오리지널의 경우, 고역으로 통하는 캐패시터가 과열될 경우, 수명이 단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약 3시간 정도 듣고 있으면, 상당히 뜨거워집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일체 캐패시터를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캐비닛 역시 하나의 몸체로 구성했고, 카본 파이버로 진동판을 만든 우퍼를 썼습니다. 보다 반응이 빠르고, 저역이 풍부하면서, 진화된 음을 들려줍니다.

 

 

- 그렇군요. 그럼 일렉타 아마토르(Electa Amator)는 어떤가요?

 

 

SF : 이 제품은 저희 회사의 역사를 상징한다고나 할까요? 첫 제품이 1987년에 나왔고, 두 번째 제품이 1996년에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3세대째 제품이 선을 보였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제품이죠. 여기서 일렉타와 아마토르는 각각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처음 발매 시 나온 것은 일렉타와 미니마입니다. 여기에 아마토르 버전이 더해진 것이죠. 이중 일렉타는 “뽑혔다” 혹은 “선택되었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토는 “커스터마이즈드”라는 의미가 있고요. 즉, 그냥 일렉타가 있고, 일렉타 아마토르가 있는 것이죠. 정말 스피커를 제대로 아는 분들이 선별되었고, 그들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즈된 제품이다, 이런 의미로 보면 좋을 것입니다.

 

 

- 아하,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럼 최근에 공개된 아이다(Aida)에 대해서 물어보겠습니다. 이번에 두 번째 버전이 나왔죠? 일단 왜 아이다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그것부터 궁금합니다.

 

SF : 처음 아이다가 나왔을 때가 2011년도입니다. 이 해는 우리 이탈리아인들에겐 무척 중요합니다. 바로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 기념이거든요. 그러니까 1861년에 드디어 이탈리아가 외부의 간섭을 뿌리치고 독자적으로 하나의 민족 국가로 성립합니다. 그때 베르디라는 작곡가의 역할이 컸고, 그가 만든 아이다는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비유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바로 그 점에 착안해서 만든 것이죠.

 

 

 

- 비단 소너스 파베르뿐 아니라, 이탈리아 역사와 관련해서도 이 제품은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그럼 첫 번째 작품과 이번 모델의 차이는 뭐가 있나요?

 

SF : 사실 겉모습만 보면 비슷합니다. 용적이나 사이즈 등 기본적인 면은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내부의 챔버 배치라던가 여러 기술이 새롭게 투입되어, 상당히 진보한 음을 들려줍니다. 

 

 

- 그럼 차근차근 아이다 2에 들어간 기술을 소개해주시죠.

 

 

SF : 우선 언급할 것이 캐비닛의 형상입니다. 위에서 보면 마치 라이라와 같은 악기처럼 만들어졌죠. 프런트 배플에서 뒤로 갈수록 점차 좁아지면서 일정한 곡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피커 주변의 정재파와 반사음에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인클로저의 소재는 오쿠메라는 나무의 합판이며, 수려한 나뭇결이 보이도록 가공했습니다. 한편 뒤를 보면, 아주 얇은 슬롯이 보일 겁니다. 이것을 스텔스 울트라플렉스 시스템(Stealth Ultraflex System)이라고 부릅니다. 뒤로 빠지는 음을 제어하기 위해, 아주 얇은 덕트를 배치해서, 공기의 흐름을 보다 원활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역이 더 확장되는 것이죠.

 

 

- 아이다 2는 디자인도 아름답지만, 인클로저의 구조 자체도 음향학적인 고안이 다양하게 들어갔군요.

 

 

SF : 그렇습니다. 한편 바닥에는 독특한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Z.V.T(Zero Vibration Transmission)이라 부릅니다. 캐비닛의 진동 자체를 적절하게 흡수하는 역할을 하죠. 사실 스피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진공과 내부 공진입니다. 이 부분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이뤄지고 있죠. 

 

 

한편 내부 공진을 제거하기 위해 위에서 아래까지 기다란 바(bar)를 설치했습니다. 이것을 튠드 매스 댐퍼(Tuned Mass Damper)라 부릅니다. 이를 통해 아주 미세한 진동까지 더 잡아내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SF : 한편 저희 제품은 사운드 스테이지의 구현도 무척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합니다. 이것을 사운드 필드 셰이퍼(Sound Field Shaper)라고 부릅니다. 크로스오버도 일반적인 접근법과 다릅니다. 우리는 이것을 파라크로스 토폴로지(Paracross Topology)라고 명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거의 밸런스 회로에 준하는 사양으로 꾸민 것이죠. 덕분에 디테일 묘사가 뛰어나고, 투명도도 올라갑니다. 당연히 최고의 부품을 투입하고요. 문도르프의 슈프림 에보나 실버 골드 오일콘덴서를 쓰고 있고, 슈프림급의 저항도 투입합니다. 젠센의 크로스 코일 인덕터도 빼놓을 수 없죠. 

 

 

- 이 기술적인 부분을 세세하게 정리하라면 소책자 한 권 정도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SF 16이라는 모델에 대해 알아보죠. 사실 그간 많은 올인원 시스템 혹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봤지만, 이 정도로 사이즈가 크고, 광대역을 실현하면서 대담한 포럼을 갖춘 제품은 처음입니다. 쇼크를 받을 정도라고나 할까요?

 

SF : 사실 이런 제품을 만들 때, 대부분 쉽게 생각해서 접근합니다. 저희는 이 분야가 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가진 기술력을 최대한 투입해서 만들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거창한 프로젝트가 되었는데, 아마도 음을 들어보시면 납득하리라 생각합니다.

 

 

 

- 디자인부터 남다릅니다. 정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디자인이더군요. 그럼 최근에 런칭한 제품 중에 소개할 것은 뭐가 있습니까?

 

SF : 사실 기존의 베네레와 프린치피아는 일종의 엔트리 레벨의 제품들이라, 중국에서 생산해왔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소네토를 런칭하면서, 이들 시리즈를 없애고, 소네토쪽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단, 완전히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입니다. 이로써 저희의 모든 제품군은 비첸차에 있는 저희 공장에서 다 생산하게 되었죠.

 

 

- 비첸차는 개인적으로 여러 번 방문해서 낯익고 또 팔라디오라는 건축가의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디자인 철학에 이런 부분이 반영되었겠죠?

 

SF :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웃음)

 

 

 

- 아무튼,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다 2를 필두로, 다양한 제품들이 이번 기회에 국내 애호가들에게 어필 했으면 좋겠군요.

 

SF : 네. 감사합니다.

 

 

P.S) 한편 소너스 파베르의 수입원 케이원의 전시장 한쪽엔 전문적인 시청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당연히 인터뷰를 끝내고, 위의 두 분은 두 차례에 걸친 시청회를 진행했다.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개인적인 약속만 없었으면, 그 자리에 함께 했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다.

 

대신 두 분을 기다리는 시간에 집중해서 아이다 2를 들어봤다. 매칭된 파워가 무척 거창했다. 오디오 리서치에서 만든 거대한 타워, 바로 레퍼런스 750SE다. 제품 형번에서 알 수 있듯, 모노 블록 사양으로, 채널당 8옴에 무려 750W를 내는 괴물이다. 채널당 KT150이 8개 페어, 즉, 16개씩이나 들어간 것이다.

  

이 매칭으로 들어본 아이다 2에 대해선 과연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거대하게 압도하면서도 깊고 넓은 음장 그리고 빠른 반응. 즉, 하이엔드의 미덕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소너스 파베르 특유의 미학과 아름다움이 살아있다. 섬세하고, 질감이 뛰어나면서 동시에 우수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아하, 이렇게 진화되었구나. 음을 들으면서 오늘 하루의 외출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