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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드 오디오

G 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다가오는 비비드의 매력

최근 몇 년 사이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메이커가 몇 개 있다. 그 중 스피커 회사로는 단연코 비비드 오디오를 꼽을 수 있다. 오리지널 노틸러스의 설계자로서, 그 컨셉을 발전시키기 위해 남아공에까지 가서 오랜 시간에 걸쳐 스피커를 완성해낸 로렌스 디키의 집념과 열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거니와, 이제 많은 나라에 수출하는 대단한 기업으로 발돋움했으니, 그 석세스 스토리는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또 남아공이라는,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서는 그다지 브랜드 밸류가 없는 나라에서 이런 성과를 이뤘다는 점은, 역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많다.

원래 비비드에는 로마 시대의 삼두정치를 연상케 하는 세 명의 중요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전술한 스피커 디자이너인 로렌스 디키와 그를 발굴해서 오랜 기간 함께 해온 로버트 트룬츠, 그리고 이번에 만난 CEO 필립 구텐탁(Philip Guttentag)이다. 앞선 두 사람이 순수 영국인인데 반해, 필립은 남아공 사람이다. 지난 번 인터뷰를 보면 알겠지만, 트룬츠의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과 애정이 그를 남아공으로 이끈 결과, 필립과 디키가 함께 하는 회사가 설립된 것이다. 이제 그 마지막 주인공을 이번 기회에 만나게 되었으므로, 간단하게 인터뷰를 정리해본다.

인터뷰어 이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필립 구텐탁

한국이 처음이시죠? 일단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해주시죠.

저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후 1990년에 오디오 숍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마크 레빈슨이나 크렐 등 하이엔드 제품을 주로 다뤘습니다. 그때 B&W 대리점을 겸해서 이래저래 로버트와 친분을 쌓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로버트가 남아공에서 많은 시간을 보냄에 따라, 자주 만나게 되었고, 평소 마음에 담아 두었던 꿈을 제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로버트가 디키를 소개하면서 2000년에 정식으로 비비드 오디오를 발족하게 된 것입니다.

남아공 하면, 아무래도 국가 브랜드 밸류가 서구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안정된 리테일 숍을 버리고 스피커 메이커를 차린다는 것도 상당한 도박이었을 텐데, 뭐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물론 제 개인적인 열망도 컸지만, 아무래도 스피커는 노동집약형 산업입니다. 인클로저부터 유닛 제조, 피니싱 등 전 부문에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희 남아공은 서구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편이죠. 이 점이 여러 불리한 여건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도전했습니다. 또 최고의 설계자를 확보하게 되었으니, 안 할 도리가 있겠습니까?

비비드 오디오에서 추구하는 음은 이런 것이다 라고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스피커는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음악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유리창을 닦으면, 음악이 보인다(Clean the window to see the music)." 평소 디키가 즐겨 하는 말이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디스토션을 억제해야 합니다.

현재 비비드의 공장엔 어느 정도의 인력이 투입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일단 캐비닛을 만드는데 18명의 인원이 있습니다. 또 어셈블리, 크로스오버 제조, 드라이버 제작, 테스트 등에 여섯 명이 동원되고, 광고, 어카운트, 엔지니어링 등에 또 여섯 명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30명 이상의 인원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죠.

처음 비비드 오디오가 런칭된 게 언제부터죠?

2004년 런던 오디오 쇼에서 본격적으로 데뷔했습니다. 그 후 약 6년의 세월이 경과했군요.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이런 성공의 열쇠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짧은 시간에 참 많은 나라들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변신했죠. 그러나 아직도 저희는 작은 회사입니다. 하지만 늘 바쁘죠(미소). 저희 제품이 이렇게 단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아무래도 일체 타협 없이 제대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저렴한 모델에조차 저희는 최상급 G1에 쓰이는 드라이버를 장착합니다. 아마 이런 회사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또 디자인도 약간 특이하지 않습니까?

사실 디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누구는 뭉크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는 평도 하죠.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기본적으로 디자인은 기능에 따라 성립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형상은 기능에 종속된다(Form following function)." 이렇게 말할 수 있죠. 저희 제품의 외관은 무엇보다 음질을 위해 모든 부분이 고안되어 있습니다. 어떤 부분을 봐도 둥글게 마무리되어 있고, 레이싱 카 못지 않게 딱딱합니다. 모든 게 공진을 없애기 위함이죠. 따라서 미학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음질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저희 제품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가장 먼저 이 디자인을 받아들인 나라가 이태리입니다. 이태리는 패션과 디자인 강국 아닙니까? 결국 다른 나라에서도 조금씩 문호를 열더군요. 아무래도 시간이 좀 흐르면 보다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럼 이번에 본격적으로 소개될 G2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일단 G1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나 궁금합니다.

우선 전체 볼륨은 약 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술적 성과는 이양되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무엇보다 G1의 프런트 배플에 있는 트위터, 미드레인지, 미드 베이스 등의 유닛은 그대로 채용하고, 사이드에 달린 우퍼만 다른 제품을 썼습니다. C175라고 불리는 베이스 드라이버인데, 이것은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일단 이 제품은 G1에서 사용한 C225를 보다 작은 구경에 높은 성능을 갖도록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구경은 9인치이지만, 그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합니다. 무엇보다 쇼트 보이스 코일을 채용했지만, 갭의 길이를 길게 하면서, 강력한 마그네틱을 사용, 어떤 큰 음량이 나오더라도 마그네틱 안에서 움직이게 했습니다. 또 약음에서도 충분히 디테일이 나오는데 주력한 바, 알루미늄제 진동판은 그런 이유로 채용했습니다.

C175를 보니 특허를 받은 부분이 있더군요. 어떤 기술이 도입된 겁니까?

여기엔 두 개의 동그란 링 자석이 동원되었습니다. 바깥쪽이 일체의 틈이 없이 원의 형태를 갖고 있다면, 안에 놓인 자석은 중간중간에 길게 홈이 파인 형태입니다. 그리고 보이스 코일을 최대한 근접시켜서 동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경우 음의 농도가 더 진하면서, 훨씬 유연한 반응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G2도 결국 G1에서 채용된 캐비닛 형태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여기엔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통상의 스피커들은 포트를 내면서 캐비닛을 네모 상자로 만듭니다. 베이스만을 놓고 이야기합시다. 그 경우, 그래프를 보면 윗부분에서 상당한 딥과 피크가 발견됩니다. 그래서 캐비닛을 좀 더 길게 소음기 형태로 만들면, 그런 뾰족뾰족 솟은 부분이 보다 원만하게 됩니다. 저희가 만든 곡선은 노이즈의 발생을 줄이고, 보다 에너지가 충만한 음을 얻는 데이터를 보여줍니다. 특히 180Hz 이상의 대역에서 이 장점은 두드러집니다. G2의 경우, 미드 베이스와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220Hz입니다. 즉, 180~220Hz 사이에 일체의 왜곡이 없다는 것이죠. 이는 전체적으로 스무드하고, 자연스럽게 음을 이을 수 있습니다. 물론 중고역 모두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G2의 데이터를 보니, 고역과 미드레인지 사이를 3.5KHz로 끊은 것은 이해가 되는데, 미드 베이스까지 동원해서 두 개의 유닛이 중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보니 880Hz에서 끊었더군요. 비비드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 회사라면, 차라리 하나의 커다란 미드레인지를 만들어서 이렇게 나누는 부분을 없앨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설명해주시죠.

저희 데이터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각 대역의 접점 부분이 일체 흐트러지거나 피크, 딥 따위가 없습니다. 마치 하나의 유닛에서 나오는 그래프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드레인지 유닛을 크게 만들어 대응 주파수 대역을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 경우 여러 문제가 수반됩니다. 충분히 연구한 끝에 얻은 결론인 만큼,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자신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출시될 제품이 있다면 이 기회에 소개해주시죠.

현재 G3의 개발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G2보다도 더 작은 모델로서, 그간 G1이나 G2를 쓰고는 싶지만 여건이 안된 분들을 위해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별도의 베이스 드라이버를 개발한 바, 바로 C125L이 주인공입니다. 여기엔 또 다른 특허가 채용된 바, 바로 보이스 코일을 감싸는 통에 많은 구멍을 뚫은 것입니다. 그 경우 열도 빨리 발산할 수 있고, 노이즈도 빠르게 빼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동판은 C125보다 더 크게 했습니다. 여러모로 혁신적인 부분을 많이 가진 스피커가 탄생되리라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C125는 K1, B1, V1.5 등에서 미드 베이스 유닛으로 쓰이고 있음).

G3라,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또 서브우퍼까지는 아니지만, 일정하게 저역만을 내는 스피커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강력하게 원해서 현재 개발이 끝난 상태입니다.

혹 비비드 오디오의 제품들과 매칭이 좋은 앰프가 있다면 뭐가 있는지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저희 스피커는 구동이 쉽게 제작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어지간한 인티 앰프도 충분히 스피커를 움직일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디스토션이 적기로는 최고라 자부할 수 있으므로, 이에 연결되는 앰프의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간 VTL, 핼크로, 오디오 리서치, 애스테틱스, 챕터, 어큐페이즈 등 많은 앰프를 물려봤는데,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음질도 좋았습니다. 최근 도쿄 오디오 쇼에서는 골드문트를 매칭했더군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은 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국 애호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죠.

저희 제품은 빠른 시일 내에 인정을 받은 브랜드입니다. G1과 G2는 이미 일본 「스테레오사운드」에서 수여하는 그랑프리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요 근래 전세계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높은 성과를 낸 데에는, 그만큼 기술력과 성능이 따라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레조넌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제품 제작의 기본 방침으로 놓고, 지금까지 연구를 해왔습니다. 최대한 뉴트럴하고, 착색이 없는 음, 마치 악기가 현장에서 연주되는 모습 그대로를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열정과 연구가 인정받은 결과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디자인이 낯설겠지만, 진지하게 음을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하리라 예상합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저희 제품을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무튼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