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회 시청회 후기 매킨토시 턴테이블이 블루투스와 80W 출력을 갖췄다고? McIntosh MTI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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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회 시청회 후기
매킨토시 턴테이블이 블루투스와 80W 출력을 갖췄다고? McIntosh MTI100

세상에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턴테이블, 그것도 미국 오디오 명가 매킨토시(McIntosh)가 만든 턴테이블이 블루투스가 되는 데다 포노 스테이지와 인티앰프를 내장해 80W 출력까지 냅니다. 보통 이런 올인원 턴테이블은 이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입문형 턴테이블의 전매특허이지요. 281회 시청회는 바로 매킨토시가 작정하고 만든 올인원 턴테이블 MTI100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2시간 남짓 진행된 시청회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소감을 결론 삼아 먼저 말씀드리면, MTI100에 기본 장착된 MM 카트리지가 선사한 LP 사운드는 풍성한 음수와 묵직한 에너지감, 그리고 약간의 온기와 함께 자연스럽고 편안한 음색 등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8옴에서 50W, 4옴에서 80W를 내는 내장 클래스 D 앰프가 B&W의 804 D3 스피커를 마음껏 울려주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블루투스로 대한민국 인기 뮤지션이자 세계적인 유튜버 제이플라의 여러 곡을 들을 때는 '지금 이 주인공이 턴테이블 맞나?' 싶을 정도의 음질을 선보였습니다.

MTI100 외관과 기능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 세팅된 기기는 단 두 기종입니다. 턴테이블 MTI100과 B&W 스피커 804 D3, 이게 전부입니다. 아마 하이파이클럽 시청회 사상 가장 심플한 구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룬(Roon) 재생을 맡았던 린(Linn)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Selekt DSM이 있었지만 이는 'MTI100의 블루투스 재생'과 '셀렉트 DSM-MTI100 조합의 룬 재생' 음질을 서로 비교하기 위해서였죠.

시청회가 시작되기 전 미리 MTI100 외관부터 살펴봤습니다. 겉보기에는 여느 턴테이블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플래터와 톤암, 카트리지가 장착된 전형적인 턴테이블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뒤편으로 플래터를 돌리기 위한 모터 퓰리와 고무벨트가 보입니다. 톤암 앞에 장착된 2발의 진공관(12AX7) 밑부분이 진한 연두색으로 빛나는 점과 상판에 두께 9.3mm의 강화유리가 붙어있는 점, 섀시 앞에 ‘McIntosh’라는 알루미늄 로고가 박힌 점을 보면 역시 매킨토시 제품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MTI100은 이 같은 턴테이블 본연의 기능에다 8옴에서 50W, 4옴에서 80W를 내는 클래스 D 앰프가 내장된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앰프가 내장됐다는 것은 앞단에 포노 스테이지(MM 전용)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또한 여기에 블루투스(블루투스 4.2) 수신 기능이 있어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MTI100 안에 블루투스로 받아들인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DAC이 들어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후면을 보면 MTI100의 이러한 올인원 성격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왼쪽에 블루투스 수신 안테나가 보이고, 중간에 스피커케이블 연결을 위한 바인딩포스트가 2조 보입니다. 광과 동축의 디지털 입력단, RCA의 아날로그 입력단도 있어서, MTI100에 TV나 CD플레이어를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MTI100 앞쪽에 스탠바이 및 뮤트, 볼륨 조절 노브와 입력 선택(포노, 블루투스, 동축, 광, 아날로그) 노브가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전면 로고 오른쪽에 6.3mm 헤드폰 출력 단자까지 붙어있습니다. 매킨토시가 자랑하는 ‘High Drive’(하이 드라이브) 헤드폰 앰프가 내장된 것이죠. 결국 MTI100은 LP 재생은 물론, 블루투스 재생 및 헤드폰 청취, 그리고 스피커 출력까지 가능한 올인원 제품입니다. 아날로그 입력이 가능한 점과 내장 DAC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매킨토시에서 MTI100을 ‘Integrated Turntable’(인티그레이티드 턴테이블)이라고 명명한 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MTI100 기본 팩트 체크

시청회는 MTI100 탄생과 관련한 재미난 일화 소개로 시작됐습니다. 수입사인 로이코가 2년 전 새로운 컨셉트의 턴테이블 제작을 매킨토시에 먼저 제안해 그것이 오롯이 반영돼 나온 제품이 바로 MTI100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블루투스와 포노스테이지, 인티앰프, 진공관, RCA 입력, 광/동축 입력 등 요구 사항이 많았지만 이것이 모두 반영됐다고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기능은 반드시 들어가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MTI100은 기본적으로 AC 싱크로노스 모터가 고무벨트로 3.18kg의 알루미늄 플래터를 돌리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의 턴테이블입니다. 33.3 회전과 45회전 선택은 모터 위의 퓰리에 손으로 벨트를 옮기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위에 걸면 33.3회전, 아래에 걸면 45회전입니다. 플래터 베어링은 스테인리스 스틸 볼과 풀리에텔에텔 케톤(polyetherether ketone. 내열성이 뛰어난 열가소성 수지) 트러스트 디스크가 맞닿는 구조입니다.

9인치 알루미늄 튜브 톤암은 끝에 카운트웨이트(무게추)가 달려 이를 앞뒤로 움직여 침압을 조절하는 스태틱 밸런스 방식입니다. 일체형 헤드쉘에는 알루미늄 캔틸레버를 쓴 수미코(Sumiko)의 Olympia MM 카트리지가 기본 장착됐습니다. 이 카트리지는 출력전압이 4mV이며, 권장 부하 커패시턴스는 100~200pF, 부하 임피던스는 47k옴입니다. 이미 출고 전에 VTA(20도), 침압(2.0g), 아지무스, 안티스케이팅이 모두 세팅된 상태라고 합니다. 카트리지는 스타일러스(310649SP)만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설계 디자인을 보면, 우선 MM 카트리지 신호를 증폭하고 RIAA 커브 보정을 해주는 포노 스테이지가 내장됐습니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매킨토시에 따르면 섀시 내부에 쉴딩처리된 박스 안에 담겼다고 합니다. 블루투스를 포함한 디지털 입력신호는 최대 24비트/192kHz 사양의 내장 DAC을 통해 아날로그 신호로 컨버팅됩니다. 포노 스테이지를 거친 LP 신호와 DAC을 거친 디지털 신호, 그리고 RCA 단자를 통해 들어온 아날로그 신호는 이후 프리앰프단으로 들어갑니다. 바로 2개의 쌍삼극관 12AX7이 그 역할을 맡습니다.

매킨토시 다른 턴테이블과는 뭐가 다를까

현재 매킨토시에서는 MTI100을 포함해 4종의 턴테이블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격과 성능으로 보면 플래그십 MT10부터 시작해 MT5, MTI100, 그리고 MT2 순입니다. 올인원 제품인 MTI100만 MM 카트리지가 달렸고, 나머지는 MC 카트리지(MT10은 0.5mV 저출력, MT5와 MT2는 2.5mV 고출력)가 장착됐습니다. 또한 MT10, MT5, MT2는 아날로그 RCA 출력만 갖춘 순수 턴테이블로 포노 스테이지도 내장하지 않았습니다.

MT10은 무엇보다 짐벌 구조(2개 사파이어 수직 베어링+2개 세라믹 수평 베어링)의 두랄루민 튜브 톤암이 눈에 띄는 플래그십 턴테이블입니다. 33.3과 45회전은 물론 78회전도 지원하며, 전면 패널에 이를 나타내주는 매킨토시 블루 표시창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5.5kg의 실리콘 아크릴 플래터가 마그네틱 서스펜션과 에어쿠션을 이용한 특수 베어링 위에 얹혀 있고, 이를 DC 브러쉬리스 모터가 벨트로 돌립니다.

MT5는 MT10에 비해 얇은 아크릴 재질의 2.3kg 플래터가 세라믹 마그네믹 베어링에 장착됐으며, DC 모터가 안쪽의 이너 플래터를 벨트로 돌립니다. 두랄루민 튜브 톤암에 수미코의 고출력(2.5mV) MC 카트리지인 Blue Point No.2가 장착됐고, 회전 속도는 MT10과 마찬가지로 3가지(33.3, 45, 78rpm)를 지원합니다.

MT2는 폴리옥시메틸렌(POM) 플래터 안쪽의 이너 플래터를 DC 모터가 벨트로 돌립니다. 회전속도는 33.3과 45회전만 지원합니다. 알루미늄 튜브 톤암에는 MT5와 마찬가지로 고출력(2.5mV) MC 카트리지가 장착됐습니다.

LP 재생 테스트

Arne Domnérus - Ellington: High Life

Jazz At The Pawnshop

우선 MTI100 본연의 임무라 할 LP 재생 실력을 테스트해봤습니다. 아르네 돔네러스(Arne Domnerus)의 ‘High Life’(Jazz At The Pawnshop)를 들어보면, 각 재즈 악기들이 생생한 모습으로 무대에 나타납니다. 그야말로 별의별 소리가 다 들리네요. 그러면서도 매끄럽고 수더분하며 편안한 소리입니다. 디지털 음원을 하이엔드 DAC으로 컨버팅해서 들을 때의 그 칼처럼 예리한 해상도는 아니지만 아날로그 사운드 특유의 자연스러운 다이내믹 레인지와 디테일이 돋보입니다. 고역이 의외로 맑고 투명하게 들리는 것도 특징이네요. MM 카트리지와 톤암의 LP 소릿골 추적 능력과 AC 모터의 안정적인 회전력에 일단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물론 내장 포노스테이지 및 클래스 D 앰프도 일정 수준을 넘어섰음이 분명합니다.

Anne-Sophie Mutter - Sarasate: Zigeunerweisen

Carmen-Fantasie

이어 안네 소피 무터(Anne-Sophie Mutter)의 ‘Zigeunerweisen’(Carmen Fantasie)을 들어보면 역시 LP 특유의 풍성한 배음과 묵직한 음끝, 그리고 리퀴드한 감촉이 매력적입니다. 저역, 중역, 고역이 마치 피라미드식으로 안정적으로 놓인 점도 돋보이네요. 하지만 일부 요즘 턴테이블에서 보이는 쿨앤클리어한 성향은 아닌데 이는 MM 카트리지 성격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곡에서도 바이올린의 고음이 맑고 깨끗하며 개운하게 들립니다. 무대와 연주자만 남기고 스피커가 사라진 것을 보면 4옴에서 80W를 내는 내장 클래스 D 앰프가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터가 솔로 연주를 하는 동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숨죽여 이를 지켜보는 모습까지 잘 연상됩니다. 그만큼 SNR이 높은 재생입니다.

시청회의 조연, B&W 804 D3

잘 아시는 대로 B&W의 상위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지금까지 3차례 버전업됐습니다. 1998년 등장했던 노틸러스(Nautilus) 800 시리즈가 일부 모델에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택하며 2005년 800 D 시리즈로 변모했고, 이어 2010년에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전 모델에 이식한 800 D2 시리즈, 그리고 지난 2015년 800 D3 시리즈로 변화했습니다. D3의 가장 큰 특징은 1976년부터 채택해온 노란색 케블라 콘을 버리고 은회색의 새 컨티늄(Continuum) 콘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우퍼에 새 에어로포일(Aerofoil) 콘을 쓴 점도 다릅니다.

804 D3는 5인치 컨티늄 콘 미드레인지, 6.5인치 에어로포일 우퍼 2발에 B&W의 또 다른 상징인 트위터 온 톱(tweeter-on-top) 설계의 1인치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가 솔리드 알루미늄 재질의 테이퍼드 튜브에 담겼습니다. 상위 세 모델(800, 802, 803)에 있는 미드레인지 유닛 수납용 터빈 헤드가 없는 유일한 플로어스탠딩 모델입니다. 플로우포트(Flowport)로 성형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전면에 있고, 공칭 임피던스는 8옴(최저 3옴), 감도는 89dB, 주파수 응답 특성은 24Hz~28kHz(+,-3dB)를 보입니다. 인클로저 재질은 여러 장의 비치우드, 시청회 모델은 로즈넛 마감입니다.

블루투스 재생 테스트

이번에는 블루투스 성능과 음질을 테스트해봤습니다. 입력 선택 노브로 BT(블루투스)를 선택하니 플래터 회전이 자동으로 멈춥니다. 스마트폰의 유튜브 앱에서 구독자 1281만 명을 자랑하는 제이플라(JFla)의 ‘Shape of You’를 들어봤습니다. 음의 탄력감이나 해상력, 저역의 펀치감 등에서 크게 아쉬운 점이 없네요. 아무래도 LP 때의 풍성한 배음은 사라졌지만 곡의 흥겨움은 제대로 전해집니다. 재생음 어디에도 애매한 구석이 없는 점이 대단합니다. 이어 김진호가 ‘불후의 명곡’에서 불러 유명해진 ‘가족사진’을 역시 유튜브 앱에서 재생해봤습니다. 보컬의 입 위치가 위에, 기타가 그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잘 그려집니다. 데이브 웨클(Dave Weckl)의 ‘Dis Kinda Place’는 그 강력한 다이내믹스에서 정신이 번쩍 납니다. 스피커 804 D3의 됨됨이에도 놀랐지만, 8옴에 50W, 4옴에 80W 출력을 내는 MTI100의 인티앰프 구동력에는 더욱 감탄했습니다.

LP vs 블루투스 vs 룬 비교 테스트

같은 곡을 LP, 블루투스, 룬 순서로 들어봤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룬 플레이에는 린의 Selekt DSM이 가세했습니다. 셀렉트 DSM은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프리앰프로, 린이 2016년에 발표한 4세대 DAC 아키텍처인 Katalyst(카탈리스트) DAC 모듈이 내장된 모델입니다. PCM은 24비트/192kHz까지, DSD는 DSD128까지 재생할 수 있고, 린 전용 Kazoo(카주) 앱이나 룬을 이용해 타이달, 코부즈, 인터넷 라디오, NAS 음원을 즐길 수 있습니다. MTI100과는 언밸런스(RCA) 케이블로 연결했습니다. 시청곡은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의 ''S Wonderful'(The Look of Love)이었습니다.

우선 LP로 들어보면, 드럼의 원근감과 보컬의 질감이 잘 느껴지고 음수와 배음이 풍부하게 들립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음입니다. 블루투스로 들어보면 음량이 확 커진 듯하지만 음수와 밀도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다이애나 크롤이 약간 빅마우스로 등장하는 점, 음들이 전체적으로 포워딩해오는 점이 조금 아쉽네요. 이어 룬으로 24비트 음원을 들어보면, 풍성한 음수와 고운 소릿결이 확연한 가운데 베이스 연주음이 잘 들립니다. 다시 한번 LP, 블루투스, 룬으로 더 들어봤습니다. LP에서는 에너지감과 무게감, 자연스러운 해상력이, 블루투스에서는 음의 시원한 이탈감이, 룬에서는 드럼의 또렷한 음상과 고운 입자감, 조용한 배경이 특징으로 다가옵니다. 확실히 마이크로 디테일은 룬으로 24비트 음원을 들었을 때가 가장 잘 표현됩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매킨토시의 MTI100 인티그레이티드 턴테이블을 시청하는 내내 '맥가이버 칼' 이미지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만든 고급 스위스 아미 나이프 말입니다. 메인은 칼이지만 여기에 드라이버와 병따개, 가위 등이 오밀조밀하게 가득한 맥가이버 칼은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이죠. MTI100 역시 메인은 LP 재생을 위한 턴테이블이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 입력의 인티앰프로도, 이번 시청회에서 직접 테스트는 못해봤지만 헤드폰 앰프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매킨토시'라는 영예로운 이름으로 말이죠.

음질 성능 테스트에서 가장 놀란 것은 블루투스 재생이었습니다. 물론 24비트 음원을 룬으로 재생했을 때에 비하면 음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이것이 무선 블루투스 사운드인가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배경이 정숙한 음을 들려줬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 앱이나 유튜브 앱을 이용해 다양한 음악과 영상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의성과 기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맞습니다. MTI100은 이러한 음원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해 제대로 만든 매킨토시의 수작이었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