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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소테릭 히로시 오시마 CEO 인터뷰

에소테릭의 CEO 히로시 오시마

인터뷰어 : 이 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 히로시 오시마(Hiroshi Oshima)

서울 오디오 쇼가 한참 진행되는 동안, 나는 아주 특별한 귀빈을 만났다. 바로 에소테릭의 수장인 히로시 오시마(Hiroshi Oshima) 씨가 그 주인공이다. SACD/CD 플레이어로 명성이 높은 에소테릭이지만, 최근에는 앰프와 스트리머 등으로 주가가 높은 데다가 그란디오소 T1이라는 턴테이블까지 발매한 터라, 아무튼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하는 분이 중간에 통역을 해줘서 정말 쾌적한 환경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편의상 오시마 씨의 영문 이니셜인 HO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에소테릭의 CEO 히로시 오시마

- 반갑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경력을 소개해 주시죠.

HO : 저는 1985년에 티악에 입사했습니다. 주로 해외 공장에서 일을 했고, 영업 쪽 업무도 많이 처리했습니다. 거의 40년 가까이 티악에서 일한 셈이네요. 그 사이 홍콩에서 8년, 호주에서 2년간 지낸 적도 있습니다. 에소테릭은 5년 전인 2018년에 사장으로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 1985년 당시 티악에 입사한 특별한 동기라도 있습니까?

HO :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음악을 좋아합니다. 특히, 브리티시 록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등을 한참 들었죠.

- 오디오 관계자 중에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하는 분은 처음 뵙니다. 무척 흥미롭네요.

HO : 또 하나는 제가 살던 도쿄 부근의 미타카시에 티악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타마시로 옮겼지만, 당시에는 미타카시에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티악을 익히 봐온 터라, 대학을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티악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죠.

- 어찌 보면 뭔가 운명적인 부분이 느껴집니다. 티악에서 에소테릭이라는 특별한 브랜드를 만든 이유가 있습니까?

에소테릭의 CEO 히로시 오시마

HO : 에소테릭은 지금부터 36년 전에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CD 플레이어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오마치 상이 뭔가 오디오에 전문성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자, 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티악은 대중적인 브랜드라는 인상이 강하니까요. 그 의견이 채택이 되어, 최초로 분리형 CD 플레이어인 P1, D1을 발매했습니다. 그게 시초가 되었죠.

- P1, D1은 발매 당시 엄청난 충격을 전해줬습니다. 본격적인 고급형 CD 플레이어의 시대의 개막을 알린 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소테릭 VRDS NEO 메카니즘
에소테릭 VRDS NEO 메카니즘

HO : 당시 트랜스포트와 DAC를 분리시키자는 아이디어는 정말 획기적이었죠. 이때 에소테릭은 VRDS라는 CD 트랜스포트 메카니즘을 처음 만들어서 이 분야에 큰 임팩트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대규모 메이커라면 이런 제품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에소테릭처럼 작은 회사만이 시도할 수 있는 도전이 아닐까 싶군요.

- 지난 코비드 기간 중에 무슨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HO : 아무래도 대면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까, 따로 영업을 하거나, 전시회에 출품을 하거나,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힘들었죠. 하지만 사람들이 주로 집에서 지내다 보니 오디오 자체의 소비는 좀 늘었습니다. 우리는 비즈니스만 생각해 보면 괜찮았다고 봅니다.

- 부품 공급 면에서 애로 사항은 없었는지요?

에소테릭의 CEO 히로시 오시마

HO : 2년 전부터 IC 수급이 좀 문제가 되었습니다. DAC 쪽의 FPGA에는 특수한 IC가 들어갑니다. 미국 회사에서 생산한 것을 쓰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수급이 좀 힘들어졌습니다. 이 IC는 로켓에 많이 쓰입니다. 그런 이유로 확보에 어려움이 있죠. 또 가격도 엄청 올랐습니다. 10~50배 정도 뛰었답니다. 가격이 올라도 공급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그럼 요즘은 어떤가요?

HO : 다행히 최근에는 상황이 호전되었습니다. 단, 미국과 유럽의 분위기 때문에 생산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점은 좀 아쉽죠.

- 현재 SACD 트랜스포트는 계속 생산합니까?

HO : 잘 알겠지만, 우리의 제품은 해외에서도 평이 높습니다. dCS, CH 등에서도 채택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SACD 용 IC의 재고가 별로 없어서 이제는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오로지 저희 제품만을 위해 만듭니다.

- 스트리머 쪽 제품이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HO : 맞습니다. 회로 설계라던가 전원부 관련 모든 기술이 우리 자체 내에서 개발된 것들입니다. 디스크리트 회로를 기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 작년 뮌헨 오디오 쇼에서 그란디오소 T1이라는 턴테이블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떤 특별한 기술이 있는지요?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T1 턴테이블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T1 턴테이블

HO : 좋은 질문입니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마그넷 드라이브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죠.

- 왜 갑자기 턴테이블에 손을 댔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에소테릭의 CEO 히로시 오시마

HO : 티악과 에소테릭은 모두 CD 플레이어 쪽에 다양한 기술과 특허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트랜스포트의 드라이빙 메카니즘에 독자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죠. 근본적으로 회전을 시킨다는 점에서 숙명적으로 따라붙는 것이 진동입니다. 이 부분을 제어하는 데에 VRDS 기술이 획기적이라고 봅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턴테이블에 접근했습니다. 이것 역시 회전이 근본이니까요. 그럼 회전 중에 진동을 어떻게 죽이느냐, 이게 관건이 됩니다. 이 부분을 연구하는 데에 무려 8년을 소비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바로 T1입니다.

- 지난 뮌헨 쇼에서 처음 보고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왜 에소테릭이 턴테이블을 만들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소레틱 마그네드라이브 시스템(Esoteric MagneDrive System)
에소테릭 마그네드라이브 시스템(Esoteric MagneDrive System)

HO : 회전에 관한 한, 우리 회사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턴테이블에 도전했지만, 남과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심은 확고했습니다. 그 결과 독자적인 구동방식을 설계해서 특허를 받은 후, 5년이란 시간을 또 투입해서 결국 이번 제품을 만든 것이죠. VRDS의 메인 설계자가 주축이 되어, 비접촉 드라이브 방식인 에소테릭 마그네드라이브 시스템(Esoteric MagneDrive System)을 탄생시킨 겁니다.

- 자석의 자기를 이용한 방식은 정말 획기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요?

HO : 우선 모터 유닛과 메인 섀시 간에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부위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플래터에 모터의 진동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죠. 둘째로 모터와 플래터의 회전을 자석의 힘으로 완전히 동기화시켰습니다. 벨트의 신축이나 폴리의 정확도에 영향을 받는 기존의 턴테이블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인 겁니다. 셋째로 마그네틱 드라이버의 거리를 바꿔서 음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습니다.

- 모터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만.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T1 턴테이블의 모터 유닛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T1 턴테이블의 모터 유닛

HO : 기본적으로 모터 유닛 자체의 메카니즘도 중요하지만 이를 컨트롤하는 회로 역시 중요합니다. 그래서 고정밀 10MHz의 클럭에 의해 DC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한편 전원부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순수한 DC를 독립 전원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대형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가 투입되었죠.

- 플래터는 상당히 무거워 보입니다.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T1 턴테이블의 플래터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T1 턴테이블의 플래터

HO : 무려 19Kg이나 나갑니다. 하지만 자석의 힘으로 15Kg를 지지하기 때문에, 실제로 베어링에 걸리는 플래터의 무게는 4Kg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 플래터는 정말 엄청난 정성을 들여서 만든 느낌입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숨이 멎을 정도입니다.

HO : 장인이 손으로 한 대, 한 대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플래터와 베어링의 매칭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베어링은 VRDS-ATLAS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 톤암은 어떤 제품인지 궁금합니다.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T1 턴테이블의 TA-9D 톤암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T1 턴테이블의 TA-9D 톤암

HO : 아날로그 시대 때 명기로 사랑받았던 피델리티 리서치사의 FR-64를 참조했습니다. 이케다 사운드 랩에서 저희가 주문한 사양에 맞춰서 제조했습니다. 파이프의 재질은 스테인리스이고, 내부에 황동과 알루미늄을 넣어서 강성을 높였죠. 진동 대비에 최적화된 모드를 갖고 있습니다. 내부 배선재는 6N과 4N을 섞은 고순도 하이브리드 동선을 채용했습니다.

- 어찌 보면 에소테릭에서 턴테이블을 생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에소테릭의 모든 제품에서 볼 수 있는 수려한 알루미늄 마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외부에 따로 용역을 줘서 만드는지요?

HO : 오랜 기간 저희와 협력 관계에 있는 업체에서 생산합니다. 약 50여 명의 직원이 있는데, 모두 에소테릭 제품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실은 이 공장의 주력 상품은 메디컬 쪽 기기라던가 로켓, 스페이스 셔틀 등 정밀 기기 중심입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숙련도나 전문성이 엄청나죠. 그들의 손을 빌려서 에소테릭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정말 지난한 가공 과정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그란디오소 시리즈에 들어가는 프런트 패널만 가공하는 데에 8시간이 걸립니다.

-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지 궁금합니다.

에소테릭의 CEO 히로시 오시마

HO :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디테일한 부분이 다 매뉴얼화되어 있습니다. 나사 조이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의 힘으로 조여야 하는지, 또 사용되는 드라이버도 따로 지정한 메이커의 동일한 제품을 써야 한다는지, 뭐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다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매뉴얼을 따라 만들다 보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죠. 참고로 T1 역시 이 공장에서 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 정말 대단합니다. 현재 몇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지 궁금합니다.

HO : R&D 쪽에 총 16명이 근무합니다. 생산 자체는 위에서 언급한 별도의 회사에서 이뤄집니다.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참고로 일본 내에 에소테릭의 위상이 궁금해집니다.

HO : 일본 시장을 기준으로 크게 보면 럭스만, 아큐페이즈 그리고 에소테릭 이렇게 3개의 회사가 독보적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마케팅으로 보면, 저희가 톱입니다.

- 에소테릭은 SACD 음반도 지속적으로 발매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명연을 정말 잘 리마스터링해서 낸다는 느낌입니다.

에소테릭의 CEO 히로시 오시마

HO : 맞습니다. 오마치 상의 주도 하에 정밀한 리마스터링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한 스튜디오를 설계했고, 모든 과정에 에소테릭 제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품 개발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LP도 생산하고 있는데, 역시 평이 좋습니다.

- LP도 발매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아무쪼록 직접 에소테릭을 방문할 기회를 기다리며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HO : 언제든지 오십시오, 환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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