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스피커 공학의 진수 달리 2부
에피콘으로 완성된 달리 스피커 공학의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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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곳은 바로 드라이버 제작에 관련되어 있다. 그간 달리는 여러 유닛 업체에 의뢰해서 납품을 받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자체 제작에 성공, 에피콘 시리즈의 탄생에 이르렀다. 아마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향후 달리의 새로운 시리즈의 제품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된다. 말하자면 드라이버까지 자사 제작품으로 모두 처리할 공산이 높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공정의 탐방은 향후 달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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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제조 공정의 담당은 얀 헤르케르트씨가 담당했다. 훤칠한 키에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진 분인데, 마치 초등학생 대하듯 드라이버의 ABC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서 오히려 이쪽에서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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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보여준 것은, 일종의 메이킹 북. 즉, 드라이버를 이루는 모든 부품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공작 기기를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며, 조립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사진과 함께 꼼꼼히 설명되어 있다. 이 핸드북 하나만 갖고 스피커 드라이버 제조법에 관해 한 학기 분량의 강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꼼꼼하고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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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기는 콘에 서라운드 및 스파이더를 조립한다. 따라서 드라이버의 핵심 파트의 접합이 이 기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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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꼼꼼한 접합 과정에 쓰이는 접착제는 3M제다. 정확한 양을 넣어야 하는데, 그것을 사람의 감만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런 기기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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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핵심 파트는 바스켓과 만난다. 그 과정을 책임지는 것은 이 거대한 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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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기를 사용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일단 움푹 패이는 홈에 바스켓을 장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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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기엔 두 종류의 접착제를 뿌리는 니들이 장착되어 있다. 하나는 서라운드를 붙이는 용도이고, 또 하나는 스파이더용이다. 서로 재질이며 접착력이 달라, 접착제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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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제를 붙일 때는 압축 공기를 이용하는데, 공기 중 습기가 문제가 되어 지금은 니트로겐을 사용한다. 매우 건조함으로, 습기 걱정이 일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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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공기를 사용할 때 쓰이는 밸브는 EFD 회사의 제품이다. 워낙 섬세한 공정을 다루는지라 밸브 하나만 해도 미화로 3,500불이나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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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드라이버의 폴 피스에 쓰이는 마그넷을 살펴봤다. 보통 일반 드라이버는 4개의 파트로 구성되는데, 달리에서 제작한 것은 무려 8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SMC를 이용한 데다가 알루미늄 링까지 동원해서 섬세한 접착이 이뤄지므로, 다소 복잡할 수밖에 없다. 에피콘 시리즈의 비밀 중 하나가 바로 SMC인 만큼, 이런 폴 피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큰 정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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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폴 피스가 어떤 파트인지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참고 사진을 찍었다. 드라이버 뒤에 부착하는 마그넷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코일이 왔다갔다 하는 부분의 안쪽에 해당하는 폴 피스이고, 나머지가 그 둘레를 감싸는 마그넷 부분이다. 코일의 형상이 둥글기 때문에, 폴 피스 역시 둥근 형태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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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을 조립하는 과정. 그 하나 하나를 헤르케르트씨가 꼼꼼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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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마그네타이즈 공정이 이뤄지는 곳. 즉, 스피커에 붙이는 마그넷을 이 기기로 제작하는 것이다. 여기 둥근 홀 속에 관련 금속을 넣고 강한 전류를 흘리면 마그넷이 제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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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드라이버를 테스팅하는 공정. 드라이버에 케이블을 연결해 일정한 신호를 흘린 뒤, 그 반응을 컴퓨터로 분석한다. 

물론 이 공정만 보면 왜 에피콘 시리즈가 특별한지 잘 모를 것이다. 이를 위해 두 분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한 분은 바로 R&D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킴 크리스티안센씨고, 또 한 분은 1부의 초두에 소개한 라스 보레씨다. 매우 전문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서 스피커에 대해 보다 깊은 지식을 얻고 싶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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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현재 달리의 R&D 부서를 이끄는 장을 만났다. 이름은 킴 크리스티안센(Kim Kristiansen). 호리호리한 체형에 수염을 가볍게 기른 모습이 상당히 멋지다. 현재 달리가 위치한 곳은 덴마크 제2의 도시 아르후스(Aarhus) 근방이고, 여기엔 덴마크 오디오 산업을 말할 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대학이 존재한다. 바로 엔지니어링 컬리지 오브 아르후스다.

크리스티안센씨는 이곳을 졸업한 후, 오디오 관련 업체에 일하다 달리에 입사했다. 주로 드라이버 제작 업체에 근무한 만큼, 이번 프로젝트에서 큰 일익을 담당했으리라 충분히 짐작된다.

올해 10년차로, 물론 상당한 베테랑이다. 당연히 화제의 중심인 에피콘 시리즈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참고로 대담 시 그의 이니셜 KK로 표기한다.
 
-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상당히 아카데믹한 내용이 나올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KK : 너무 전문적으로 빠지지 않을 터이니 안심하십시오.(웃음)

- 우선 현재 몇 명의 인원이 R&D쪽에 배치되었는지 궁금합니다.

KK : 현재 저를 포함해서 14명 정도가 있습니다. 음향 엔지니어 출신부터, 디자인, 모바일 폰, 풍차 에너지, 항공기, 위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분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능한 한 모든 부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합니다. 인클로저, 크로스오버 등 기본적인 부분 외에도 각종 부품이나 선재 등까지 모두 연구합니다. 따라서 프로젝트에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외부 인력도 조달합니다. 에피콘의 경우, 총 13명이 관여해서 만든 시리즈입니다.

- 처음에 드라이버를 자체 제작하겠다고 결정한 게 언제쯤이죠?

KK : 2008년경입니다. 아무래도 달리의 미래를 위해선 스피커의 핵심이 되는 드라이버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아주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이죠. 물론 드라이버만 갖고 스피커의 퀄리티가 확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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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른바 콘과 리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트위터입니다. 왜 이런 발상을 하게 되었죠?

KK : 유닛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리본은 방사각이 넓은 대신 직진성이 떨어집니다. 콘은 그 반대고요. 그래서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하면, 아무래도 보다 넓은 대역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또 그만큼 미드레인지의 역할을 줄일 수 있죠. 유포니아 시리즈에 처음 채용한 이후 지속적인 개발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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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드 파이버 콘은 어떤가요? 어떤 장점이 있죠?

KK : 일단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습니다. 당연히 레조넌스를 줄일 수 있죠. 물론 저희 기술로 더 가볍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밸런스가 아닐까요?

- 이번에 개발한 유닛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KK : 우선 서라운드에 관한 부분입니다. 통상 고무(rubber)를 사용하는데, 이게 탄력이 떨어지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댐핑을 높이면 주파수 특성은 좋아지지만 로스(loss)가 많아집니다. 우리는 주파수 특성 대신 로스를 줄이는 쪽으로 서라운드를 만들었습니다. 또 코일에 대해서도 많은 개량을 했죠. 이 부분은 라스 보레씨의 설명을 참조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캐비넷 도면을 보니 우퍼의 구조가 특이합니다. 드라이버 뒤에 혼을 단 후, 바로 리어 패널로 연결시켰더군요.

KK: 우리는 이것을 “프리 에어 무브먼트”(free air movement)라 부릅니다. 보통은 흡음재를 통과한 후 덕트에서 빠져나오게 합니다. 그 경우, 아무래도 공진이 발생하기 쉽죠. 또 스피드 면에서 떨어지고요. 그런 부분을 개량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에피콘에는 눈에 띠지 않게 개량한 부분이 많습니다. 스피커 터미널만 해도 그렇습니다. 브리지를 사용해서 바이 와이어링 단자를 연결하는데, 이 브리지의 재질이나 두께에 따라 역시 공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모두 고려한 것이죠. 참고로 이 나사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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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형상이 독특하다는 느낌은 있습니다만 ...

KK : 일단 구멍에 정확히 밀착해야 합니다. 또 직원들이 조립을 할 때 끝이 뾰족하면 손을 다칠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다 점검해서 나사 하나까지 새로 제작한 것이죠.

- 아무래도 드라이버 제작에 관련한 노하우가 많을 텐데, 이번에 어떤 특별한 기술이 쓰였는지 궁금합니다.
 
KK: 제일 먼저 SMC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SMC는 "Soft Magnetic Compound"의 약자로, 스웨덴에 있는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기존의 드라이버에 쓰이는 마그넷의 재질 자체를 바꾼 것입니다. 이를 위해 0.1mm 크기의 자석 파우더를 특수 화학 처리해서 일정한 형태로 형상을 만듭니다. 이 SMC는 산업계 전반에 널리 쓰이는 바, 예를 들어 벤츠의 디젤 자동차의 경우, 인젝션 파트에 쓰이고 있습니다. 로스가 적고, 정확성이 높으며, 동작이 빨라서 우리의 드라이버에 상당히 적합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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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C의 장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KK : 예를 들어 보이스 코일을 감은 보빈이 빠르게 마그넷 사이를 왕복합니다. 그럴 경우, 마그넷은 어느 정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SMC를 사용하면 그 영향이 확 줄어듭니다. 또 드라이버를 제작해서 측정해보면, SMC를 사용할 경우 전대역에 걸쳐 주파수 특성이 양호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상당히 흥미롭군요.

KK: 보이스 코일 자체가 받는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물질에 자성을 입혀서 마그넷을 만든 후 드라이버에 채용했다고 칩시다. 그럴 경우 보이스 코일에 입력되는 신호의 크기에 따라 역시 자성이 강해지거나 혹은 약해집니다. 당연히 그 영향은 보이스 코일에 반영이 되고, 음에 영향을 끼칩니다. SMC를 채용하면 이런 부분도 극히 감소됩니다. 말하자면 보이스 코일이 아무리 움직여도 인덕턴스의 변화가 적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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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드라이버 제작 공정을 보고 여러모로 많은 고민과 투자가 이뤄졌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설명을 들어보니 개량된 포인트가 한 둘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음이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에피콘 시리즈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인클로저를 제작하고, 드라이버를 만들었는지 그 노고가 충분히 짐작됩니다. 아무튼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KK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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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R&D 부서의 총책임자 킴 크리스티안센씨를 만난 후, 에피콘 시리즈의 산파 역할을 한 라스 보레씨와 집중적인 인터뷰가 이어졌다. 사실 보레씨는 현 달리의 CEO인 만큼,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행정이나 마케팅 등 커버해야할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특별히 에피콘 시리즈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1부의 초두에서 밝힌 개인적인 집념이 가장 큰 이유라 보인다. 이제 인터뷰를 통해 하나씩 그 비밀을 벗겨가도록 하겠다.

참고로 라스 보레씨와는 총 2회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특별히 저녁 식사를 하면서 디테일한 부분도 들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기사는 그 내용을 종합한 것이며, 꼼꼼히 읽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을 것 같다. 편의상 보레씨의 이니셜인 LW로 표기하겠다.
 
- 가장 일반적인 질문부터 던지겠습니다. 유독 덴마크에 유수의 오디오 메이커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LW : 일단 역사적인 배경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오디오의 역사를 말할 때 덴마크 인들이 이룩한 업적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우선 한스 크리스찬 외스타드라는 분을 소개하죠. 그는 1820년에 전자기를 처음 발견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오디오의 기본 컨셉을 이때 이미 발견한 것이죠. 또 이 분은 DTU라고 해서 "Danish Technical University"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페테르 옌슨이라는 분은 1915년에 SP 음반의 개발에 관여했습니다. 미국에서 연구했지만, 실제로 덴마크 인입니다. 1940년대 초엔 발데마르 포울센이라는 분이 마그네틱 테잎 레코더를 개발했습니다. 종전 후, 레코드 산업의 총아로 떠오르는 포맷을 이때 개발한 것이죠. 이런 식으로 열거하면 정말로 한이 없답니다.

- 참, 대단하군요. 그럼 달리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까요?

LW : 잘 알다시피 달리는 "Danish Audiophine Loudspeaker Industry"의 약자입니다. 1983년에 처음 시작했죠. 그 전에는 하이파이 클루벤이라는 리테일러 숍을 운영했습니다. 이 숍은 지금도 활동 중으로, 스칸디나비아와 네덜란드 지역에 총 75개의 브렌치를 갖고 있습니다. 처음 달리가 오픈한 곳은 스칸더보리라는 지역입니다. 다른 회사에 OEM을 하다가 점차 독자 브랜드로 키워 나갔습니다. 이곳 노라거에 온 것은 1986년의 일로, 약 6,000 평방 미터의 부지에 건물을 세웠죠. 그러나 40과 40SE의 성공으로 불과 4년만에 공장은 두 배 크기인 12,000 평방 미터가 됩니다. 95년에 한 차례 더 확장해서 무려 18,000 평방 미터의 부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회사의 입지가 튼튼해진 것이죠. 그간 스카이라인이며 메가라인 등을 제조하다가 2002년도에 큰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이때 뭐가 나왔는지 아십니까?

- 유포니아 아닙니까?

LW : 맞습니다. 이때부터 하이브리드 트위터와 우드 파이버 콘이 본격적으로 채용되기 시작했거든요. 이즈음 큰 캐비넷 제조 업체를 사들여, 달리에서 만드는 스피커의 2/3 물량을 자사에서 제조할 수 있는 기반도 닦습니다. 2005년에는 저희 제품 중 가장 큰 히트를 친 이콘 시리즈가 나왔고, 2011년에는 센서 시리즈를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에피콘이 발표된 것이죠.

- 실례지만 1년에 몇 개 정도의 스피커를 만드는지 궁금하군요.

LW : 2010년 통계를 인용하면 약 15만개 정도 만듭니다.

- 참, 엄청나군요.

LW : 저희는 일체 숨기는 것이 없습니다. 영업 이익을 말해볼까요? 2010년에 130만 유로의 수익을 봤고, 그 후 170만, 210만 등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15~20%의 고도 성장을 이루는 오디오 회사는 저희뿐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 대체 무엇이 이런 불황기에도 달리의 고속 성장을 가능케 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LW : 우리는 사운드를 추구합니다. 그게 달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사운드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우선 홀로그래픽 이미지가 나와야 합니다. 흔히 스테레오 이미지 혹은 음장이라고 하죠? 예를 들어 우리의 눈을 봅시다. 두 개가 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원근을 구별합니다. 귀도 두 개입니다. 당연히 음장을 구분할 수 있고, 오디오는 첫째로 이 부분을 커버해야 합니다.

- 참 절묘한 표현이군요.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라 ...

LW : 둘째로 이른바 방사각입니다. 어떤 스피커들은 스위트 스폿이 아주 좁아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음장이 무너집니다. 우리는 되도록 넓은 지역을 커버하려 합니다. 중심축에서 벗어난 지역에서도 어느 정도 음이 들려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달리의 스피커 세팅이 다른 회사들과 다른 겁니까?

LW : 맞습니다. 대개는 토인을 안쪽으로 해서 앉은 자리에서 프런트 패널이 모두 보이도록 세팅을 합니다. 청취자의 위치를 고려하면 정확히 삼각형 형태를 이루게 되죠. 그러나 이 경우, 스위트 스폿이 지극히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방사각이 넓기 때문에 오히려 스피커를 토인하지 않고, 정면으로 향하게 합니다. 그 경우 스위트 스폿이 넓어지고, 벽에 음이 부딪혀서 돌아오는 요소까지 고려했기 때문에, 자연스런 음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 아주 흥미로운 세팅입니다. 달리의 유저라면 이런 세팅을 시도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보이는군요.

LW : 세 번째는 앰프 친화적이라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저가의 인티 앰프나 AV 리시버를 갖고도 얼마든지 구동할 수 있도록 스피커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고급 앰프를 물려서 소리가 잘 나온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가의 앰프로 어느 정도 음질을 보장하는 스피커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희 제품이 바로 이런 경우죠.

- 이른바 헝그리 유저들에겐 희소식으로 들립니다.

LW : 그 외에 메카니컬 로스를 줄인다거나, 위상이며 시간축을 일치시키는 부분 등, 저희가 추구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저희는 결코 상품화하지 않습니다.

- 그럼 이제 에피콘 이야기를 해볼까요? 드라이버를 제조할 때 뭔가 특수한 기술들이 투입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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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W : 일단 서라운드를 봅시다. 하나는 통상 쓰이는 드라이버이고, 또 하나는 에피콘을 위해 우리가 제작한 것입니다. 전자를 보면 스펙상 상당히 훌륭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에지를 눌러보면 물컹물컹 반응이 느립니다. 반면 저희는 빠르게 누른 자국이 회복될 정도로 반응이 뛰어납니다. 물론 스펙을 보면 저희가 불리한 면이 있지만,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반응이라는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이 과정에서 보레씨는 일반 유닛의 서라운드로 만든 공과 에피콘 재질로 만든 공을 갖고 와서 각각 탁자에 떨어트렸다. 전자는 바로 바닥에 붙어버렸지만, 후자는 통통 튀면서 몇 차례 점프를 했다. 반응이라는 점에서 후자가 가진 장점이 분명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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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일쪽은 어떻습니까?

LW : 이 또한 반응이 다릅니다.

(전자는 코일을 마그넷에 삽입하면 천천히 밑으로 가라앉았다. 반면 후자는 바로 밑으로 가라앉았다. 피스톤 운동을 하는 코일의 역할을 생각하면, 이런 반응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 참 신기하군요.

LW : 기본적으로 저희는 빠른 반응을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다소간 희생이 따르더라도, 신호의 손실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테크놀로지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로 로스(Low Loss)라는 점에서 우퍼의 구조도 한번 짚고 넘어가죠. 다른 회사들은 흡음재를 써서 진동판의 뒤로 빠지는 신호를 덕트로 빼냅니다. 저희는 혼을 이용해 바로 덕트에 연결했습니다. 중간에 걸리적 거리는 게 없죠. 이런 로 로스 캐비넷을 사용하면, 저역의 디테일이나 양이 훨씬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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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 로스가 무슨 뜻인지 이제 확실히 알겠습니다.

LW : 예를 들어 진동판을 보죠. 그냥 재보면 그래프상 말끔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댐퍼를 붙여서 매끈하게 다듬죠. 그러나 저희는 일체 댐퍼를 쓰지 않고 이런 부분을 조절합니다. 왜냐하면 댐퍼를 붙이면 그만큼 신호 일부를 깎기 때문입니다.로 로스라는 부분에서 볼 때 댐퍼는 해가 더 많은 것입니다. 혹시 듀카티라는 오토바이 회사를 아십니까?

- 타본 적은 없지만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LW : 일본 회사들은 코너링을 위해 오일을 많이 썼습니다. 그 경우 코너링을 할 때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듀카티는 이런 댐핑 방식이 아닌,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코너링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일본 메이커들도 그 점을 이해하고 댐핑을 쓰지 않습니다.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 정전형 스피커의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이 타입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LW : 정전형은 공기를 바로 진동시켜 음을 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메카니컬한 부분에선 로스가 거의 없죠. 인클로저를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합니다. 전기적인 로스가 많다는 겁니다.

- 로스라는 면에서 보면 그렇죠.

LW : 사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소리를 내느냐가 아닙니다. 얼마나 디테일이 풍부하고, 해상력이 높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죠. 저는 스피커에서 유닛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라고 봅니다. 음식으로 치면 재료가 좋을 경우, 소재의 맛을 충분히 살리는 쪽으로 조리하면 훨씬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같은 이치라고 봅니다.

- 그럼 이번에 제조한 드라이버는 완전히 달리의 제품이라 봐도 좋군요.

LW : 물론 일정 부분은 다른 회사의 부품을 쓰기도 합니다. 콘지의 경우 쿠르트 뮐러사의 제품을 썼고, 마그네틱은 신텍스사의 것을 썼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조립 등 상당 부분이 저희 회사 안에서 이뤄집니다.

- 아무튼 이번 에피콘 시리즈의 출시를 축하드리고,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오길 기대하겠습니다.

LW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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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반적인 공장 탐방의 경우, 특정 제품을 위한 시청평을 싣지 않는다. 특정 브랜드 전반에 관한 소개 기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피콘 시리즈에 관한 한, 나는 이 원칙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 정도로 이 스피커가 준 충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첫날 방문 시, 늦은 오후에 처음 에피콘과 대면했다. 6라는 모델이었다. 일부러 저가의 내드 인티 앰프를 걸어 음을 들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싱싱하고, 준민하고, 거침이 없었다. 사이즈를 훨씬 초월하는 저역에 생생한 디테일까지, 내가 여태 들었던 달리와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특히, 로저 워터스의 《Amused to Death》 음반은 특수 효과가 많이 가미된 음반으로, 스피커 바깥 공간에도 음성 신호가 많았다. 바로 그 부분이 정확히 재현되었다.

예를 들어 오른쪽 벽에서 개가 짖는다거나, 왼쪽 벽에서 TV의 소음이 나온다거나, 마치 그 부분에 따로 스피커를 설치한 듯 음이 또렷이 나왔다. 마치 무엇에 홀린 것 같았다.

이윽고 다음날 오전 공장 탐방이며 취재를 끝난 후, 오후에 차분히 에피콘 시리즈를 들었다. 이번에는 북셀프인 2로 시작해서, 6과 8순으로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2에서조차 로저 워터스의 음원이 가진 강점이 또렷이 나왔다는 점이다. 우리네 주거 환경을 감안하면 또 가격대비 성능이라는 면에서 2가 가진 장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음악. 사실 로저 워터스의 음반처럼 특수 효과가 들어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집에서 자주 듣는 음에서 뭔가 개선된 부분이 나와야 하는데, 그 점에서 에피콘 시리즈는 상당한 도약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를 들으면 단원들이 어디에 앉아 있는지 그 위치를 정확히 손가락으로 가리킬 정도로 명확했다. 스피드라는 면에서는 가공할 만해서, 빠르게 어택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은, 일체의 어긋남이나 엉킴을 찾아볼 수 없었다. 흔히 말하는, 스피커는 사라지고 음만 남는 지극히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2에서 6, 8로 올라갈수록, 저역의 표정이 풍부해지고, 양도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그러나 그게 일부러 성능을 과시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여러 면에서 나아집니다,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제안하는 듯했다. 따라서 2를 쓰고 있어도 자신이 만족한다면 굳이 상급기에 대한 열망을 갖지 않아도 될 듯했다. 물론 6이나 8을 쓰면 더 좋겠지만.

아무튼 이번 에피콘 시리즈는 그간 일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박스형 스피커가 가진 한계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하겠다. 그간 정전형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문제 때문에 주저했던 분들에겐 정말 훌륭한 대안이라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꼭 들어보기를 바라면서, 이번 탐방기를 마친다.
 
이종학(Johnny Lee)